모처럼만에 들어 왔습니다.
하루라도 안들어오믄 이상하게두 무엇인가 허전해서 뒷통수가 근질근질 거리
는디....
도저히 들어올 수가 없었습니다.
이 야그가 간단하게 써질지 길게 써질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저희 교회에서는 지난 목요일 강릉으로 수해복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저는 같이 동참을 못했구요.
그날이 주보를 만드는 날이라 도저히 움직일 수는 없었습니다.
갔다오신 분들의 말을 빌리자면 그곳에 있는 것 자체가 지옥이요, 악몽의 연속
이라
합니다.
어쩌다 한 번 가는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그러할진데 그곳에서 하루 하
루를
보내는 수재민들을 보면 안타까움에 눈물이 절로 나온다 합니다.
수재민의 탄식과 한숨을 뒤로한 채 묵묵히 흙과 가재도구, 온갖 잡동사니를 치
우다
보면 과연 내 자신이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문답이 절로 나온답니
다.
수 많은 시민들과 봉사하러 오신 분들, 다는 아니지만 사진이 주목적인듯 그러
한
치졸함을 보이는 분들도 있어 보는 이의 눈쌀을 찌푸리게 한답니다.
꼭 이상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어디나 존재하는가 봅니다.
그분들과 다음을 약속하고 돌아왔지만 마음 한 켠에는 그분들을 생각하면 그
어떠한
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답니다.
저희 교회에서는 여자가 대부분이었지만-남자들은 직장관계 땜시- 젊은 사람
들 못지
않은 괴력이 자신도 모르게 나온다고 합니다.
저를 비롯한 성도님들은 월요일 강르으로 다시 출발을 했습니다.
무울론 저도 돼지털을 갖고가 그 현장을 담아 여러 회원님들께 보일 목적으로
말입니다.
하지만 찍을 수도 없었고, 그러한 용기가 저에게는 없었습니다.
현장에 도착해 배정받은 장소로 가보니 지옥이 따로 없었고, 그곳에서 살아남
은 자체가
이상할 정도로 그곳은 삶과 죽음이 범벅이 되어 아수라장을 연상케 합니다.
뻘이 창문위까지 뒤덮고, 각종 중장비는 길가만 치울 수밖에 없었고, 골목을 비
롯한
집들은 2m 이상의 뻘을 삽을 비롯한 인력으로 치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아 인력배치도 혼선을 빚고 있었고, 어떤 봉사단체는 기
다려도
배정을 못받자 알아서 묵묵히 동참하고 있었습니다.
코를 에는 악취와 정화조와 분뇨의 역류로 뻘은 소우리가 된지 오래고, 그 속에
서
각 지역에서 오신 분들이 악조건과 싸우며 치우고 있었습니다.
차마 사진을 찍는다고 수선을 부릴 용기가 없었는데 어떤 봉사단체는 일하는
장면을
잡기 위해 애써 일하는 사람들에게 자세를 요구해 핀잔을 듣기도 했습니다.
저희들이 직접 갖고온 음식을 수재민들과 같이 하니 얼마만에 먹는 밥인지 모
른다고
합니다.
밥할 물도 없고, 나중에 물이 있어도 연료가 없기에 삼시삼끼니를 컵라면으로
대신
했다고 하면서 울먹여 저희들도 같이 울면서 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은 이미 탈진상태에서 같이 일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내자신의 재산이라도
모든
의욕을 잃어 너무도 안타깝게 했습니다.
마지못해 일하는 심정이었지요.
몇 날 며칠을 씻지 못해 머리는 산발이 된지 이미 오래고,
손과 종아리 사타구니는 피붓병과 진물로 물이 흐를 정도고,
옷은 미쳐 갈아 입을 사이도 없이.....
작업복 정도는 지급되지만 맞는 옷이 없기에 허리끈으로 졸라매고,
특히 수인성 전염병에 쓰일 약품은 동난지 오래고,
제대로 먹지 못해 얼굴은 누렇다 못해 새까맣게 변해 그곳에서 하루 하루를 고
통속에서 보내는 그분들의 참담함이 우리의 가슴을 더욱 누르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봉사하시는 나이드신 분들은 아무런 말도없이 울먹이며 너무도 열심
히
너무나도 열심히 치우고 있었기에 저희는 또 다시 힘을 얻어 한 채의 집을 다
치웠을
때는 감격에 목이 메어 눈물이 앞을 가리웠지만 아무도 만세를 부르지 못했습
니다.
다시 옆집을 향할 때, 집사님 한 분이 오셔서 같이 일하자며 한 사람을 데리고
가셨습니다.
그분은 전업사 사장님이신데 자기는 다른 곳을 배정받았는데 전기기구들을 나
르다
보면 막상 고치지를 못한다고 하여 한 분을 더 데리고 가셨습니다.
무울론 50만원 상당의 전기배선 및 각종 재료들을 자비로 갖고와 뻘을 다 치운
집들을
다니며, 전기가 들어오게끔 고쳐 준다고 합니다.
지난 목요일 몸만 왔을 때, 너무도 안타까워 아예 발벗고 나선 것입니다.
저희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한힘으로 뭉쳐 일을 하니 어느 덧 한 집, 한 집씩
치우다
보니 또 다시 다음을 기약하고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을 때 주민들은 목이 메여
안타까움과
감사함에 땀으로 범벅인 손과 마음으로 연신 고맙다고 했을 때, 어느 성도 한
분의
울음으로 시작하여 차안 전체가 울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이것은 보람을 느끼는 것이 아닌 안타까움 그 자체입니다.
우리를 이어 뒤를 따르는 다른 봉사자들이 물로 완벽하게 닦고, 치우고, 전기
및 각종
기구들을 설치해야 끝이 나겠지만 와서 겪는 현장은 무엇으로 표현을 해야 할
지........
목사님의 기도와 거듭 고맙다고 감사함을 표현하는 수재민을 뒤로 한 채, 저희
는
춘천으로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그곳은 잘때가 없었습니다.
무울론 찾아보면 있겠지만서두 우리는 내일 정선으로 가기로 되어있었습니다.
다음 날, 교회에 모여 우리는 정선으로 출발을 했고, 그곳에 도착하니 담당자
한 분이
저희를 농약상으로 배치를 했습니다.
정선은 강릉처럼 악취와 뻘이 없었지만 그래도 저희의 손길을 필요로 했습니
다.
농약창고 가득히 싸인 농약들이 뻘을 뒤집어 써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했지
만
깨끗한 물로 그 많은 농약들을 닦으니 가치를 되찾았습니다.
터진 농약에서의 냄새와 운반 중에 가루를 온 몸에 뒤집어 쓰기도 하면서 하나
하나
열심히 닦다보니 처음처럼 깨끗함을 보여갔습니다.
농약상의 말을 빌리자면 거대처 영농회사에 새로운 포장지를 요구하니 큰 영농
회사에서는
나몰라라하고 안보내 주었지만, 수입상 및 소규모 영농회사에서는 직접와서 뻘
도
치워주고 요구한 물량 이상의 포장지를 주고 갔답니다.
아이러니한 현실에 그분들도 내내 아쉬워 했습니다.
다행히 그곳은 큰 뻘이 아니고 높은 지대라 그런지 금방 물이 빠져 나갔지만 1
층에
사시는 분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고, 특히 농민들의 피해가 제일 컸습니
다.
그곳은 산간지역이라 논은 구경하기도 힘들었고, 밭농사를 위주로 했습니다.
고추, 고랭지 채소, 옥수수, 버섯, 목축과 과수원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싹쓸이를 당했지요.
더 높은 고지대는 괜찮았지만 대다수의 밭작물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다른 교회에서 가신 분들은 고추따기와 밭에 물을 뿌려 흙탕물을 제거해 주었
으며,
사실 해보았자 이미 되돌려질 성질의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그 분들은 한 푼이
라도
건질 심정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도 문외한 내지 아웃사이더들은 꼭 있었습니다.
정선군 선관위에서는 수해복구 현장에 동참하지는 못할 망정 안보이는 곳에서
잠이라도
잤으면 모를텐데 정원수도 아닌 담 옆으로 난 거대한 은행나무의 높은 가지를
가지치기를
해 눈쌀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일부 봉사단체는 사진을 찍는데 일관해 마음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저희는 다 마치지를 못했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되어 되돌아 올려고 하니 주인
내외가
너무도 고맙다하며 어깨를 들썩이기도 했습니다.
돌아오는 차 속은 침묵으로 일관했으며, 발걸음이 떨어지지를 않았습니다.
모두가 우리네 국민이니 다 끝날 때까지 동참하고자 함이 당연지사인데 그러하
지를
못하고 도망치다시피 오는 우리가 미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다음을 언제일지 모르지만 목요일이나 다음 주가 되겠지요.
회원 여러분!
우리의 고장 주위에는 수마가 할퀴고 간 상처로 시름에 앓고 있는 분들이 너무
나
많이 있습니다.
산채도 중요하겠지만 하루만이라도 가족과 함께 아니면 몇몇이서 다녀오시기
를
간곡히 부탁합니다.
손은 많이 있지만 참가를 안하니 너무나 부족합니다.
저 역시 이번에 다녀와서 느끼는 바가 너무도 큽니다.
멀리 떨어져 있고, 평생을 살면서 한 번을 못 볼 수가 있겠지만 그들도 우리의
국민이요,
형제인데 너무나도 참담한 현실에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그들과 같이 삶의 현장
에서 수고를
하였으면 합니다.
너무나 무거운 글, 죄송합니다.
직접 사진을 찍어 올리려고 했으나, 차마 그러하지를 못하겠기에 그 현장의 참
담함은
신문지상과 방송을 통해 잘 아시리라 봅니다.
눈으로 보게 되면 머리로 느낌이 오지만,
가슴으로 보게 되면 가슴으로 느낌이 싸하게 전달되어오게 됩니다.
항상 가정과 직장에 건강과 행복과 행운이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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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명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