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란콩트  
알림글 : 난 산채와 난 배양등 난과 관련된 이야기를 올리는 코너입니다. 누구라도 재미있거나 유용한 난이야기를 올리실 수 있습니다.
글제목 난의 사랑 파일명 - -
글쓴이 김주은 등록일 2008/03/19 12:19:10 조회수 3150
접속IP  121.147.63.18

밖에는 봄비가 오고 있다
겨우내 휴면한 식물들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너무 추워 깨어나지 못한 목숨도 있을 거야
가끔 난향이 그리워 고산에 오르지만
도시에서 바라보는 것과는 너무 차원이 다른
풍요로운 녹의 물결을 느끼거든

움푹 파인 계곡의 청아한 물소리와
짝짝 짝을 부르는 새소리,
이름 모를 이상한 꽃들이 벌, 나비와 키스를 하고
황달이 누렇게 뜬 노송 형사
코끝 진하게 풍기는 못난이 솔방울을 손에 들고서
풀잎의 속살처럼 바스락거려 톡톡 튀어오르는 벌레들 사이로
산길인 듯 꿈길인 듯 둥둥 떠서 흐르다가
거북, 다롱의 모습을 한 기암괴석을 휘감아 돌면
광활한 고산의 교향곡 울려 퍼져
검푸르게 돋아난 난밭을 만나게 된다

양지바른 소나무 아래 떨어진 솔잎 위에
살랑살랑 옷깃을 아른대며
고고한 선비의 자태를 품어대는
진녹색의 蘭을 바라볼 때마다
혹시나 하구 살며시 옷고름을 풀어본다
환한 새색시의 꽃봉오리
머리의 중앙을 관통하는 시원한 황금 가르마
수년 묵은 단엽 바위에 드러누워
난의 포의를 입에 물고서
꽃잎을 청포 하늘에 비추어 보면
한 세상 시름을 놓고
차라리 산인이 되고 싶어진다

도로 옆에 서서
운무 자욱한 孤山을 바라본다
참 멀리도 다녀왔구나
사람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무엇 때문에 서로 키재기를 하다가 서로 죽이는지...
난을 키운 고산은 고의가 없는데...
생존의 뿌리를 감싸 안으며
암벽을 오르내렸던 고산이여,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소심 난초가 그대 곁에 있어
영원하리라
봉우리 날개 펄럭거리며 흙먼지가 일어난다
세미한 음성이 들리는 것 같다
난은 내가 지켜줄게,
세상에서 외로울 때에 나를 생각해
그 처절했던 천둥산이 내 맘을 훔쳐보고 있었나 봅니다

 
 
Copyrightⓒ 일란.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