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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제목 그리움의 사선에 서서 파일명 - -
글쓴이 김주은 등록일 2007/01/25 20:29:49 조회수 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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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사선에 서서

김주은


어느 시골에서 교회를 봉사할 때
친구를 하나 만났는데
그는 땅꾼이고 곱사등이었다
얼굴은 혹들이 보였다
다행이구나 잠시 생각했지만
나의 속 모습과 자동으로 비교되어 씁쓸했다

나도 외로운 터라 가끔 교회에서 만나면
집에 가서 개도 잡아먹고
뱀 이야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부인도 불편했으나 산골의
풋풋한 정이 느껴져 순수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산에 가면 난초가 많이 있다 해서
무심코 한번 따라가 보았다
나는 그동안 난초에 관심도 없었고 제대로
한번 보질 못했다
돌밭 길을 그의 경운기로 털털거리며 갔다
성냥 시골집, 색칠한 논과 밭,
무청 야산이 뒤로 뽑히고
풀 구름, 까만 개, 진흙 꼬마들이
스쳐 지나간다

해남 땅끝, 개펄이 훤히 뜨인
바닷가 절벽 위였다
수 년 묵은 적벽송들이 그윽한 자태와
품위를 자랑한다
나는 가지에 매달려 몸을 비비자
손에 송진이 묻어 찐득거린다

그 근처는 나중에 공룡의
발자국이 발견되었다.
언덕 위로 올라가서 이것이 난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그냥 녹색의 풀로 보이는데 만져보니
보통의 풀보다 두껍고 부드러웠다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다고 한다
바위 사이에도 엉겅퀴 속에도
조용한 시선을 던지며 투박하게
나부끼고 있었다

침묵의 강이 흐른다
싸리 바람이 갯벌을 싣고 와 소나무
가지에서 울어댄다
솔방울 향기 코끝을 스치고
풀벌레는 울어대고 새들은 지져 기고
저 멀리 갯벌에서 아낙들의 조개
잡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의 뜨거운 소리없는 함성이 바람을 타고
허공을 휘감는 듯하구나
나의 영혼에 과연 불을지를 수 있을까

그런데 그 난초는
나의 부질없는 삶 속에 뛰어들어
내 인생의 후반전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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